찬송: 135장 (갈보리 산 위에)
성경: 히브리서 13:12~13
요절: 예수도 자기 피로써 백성을 거룩케 하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받으셨느니라 그런즉 우리는 그 능욕을 지고 영문 밖으로 그에게 나아가자(히 13:12~13)

 

영문 밖의 그리스도

  어느 화가가 크레파스로 '그가 우리의 질고를 지고 간다'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는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노동자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갑니다. 그런데 노동자가 메고 가는 그 십자가 위에는 네 사람이 올라타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한가로이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 사랑을 속삭이면서 희희낙낙하는 젊은 남녀, 명상에 잠겨있는 종교인입니다.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하여, 오늘날 산업사회에서 소외당한 노동자들의 노동과 수소의 땀으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고 있는 지식인이나 희생할 줄 모르는 종교인, 특히 그리스도인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주께서 우리 대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향하여 가신 날입니다. 주께서는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기는커녕 주님이 지신 십자가위에 올라타고 안락한 삶을 꿈꾸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도 이 땅에는 십자가를 지고 허덕이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와 거리를 떠도는 실직자의 눈물과 한숨이 있습니다. 힘겨운 농사일로 허리가 굽은 농부의 고단한 삶이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같이 져야 할 십자가를 홀로 진 자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들을 외면하고서는 주님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들이 진 십자가를 함께 나누어 져야 합니다.

  오늘은 성 금요일, 우리는 영문 밖 골고다 언덕 십자가 위에서 피 흘리신 주님을 묵상합시다. 우리도 주님이 당하신 수치와 능욕의 십자가를 지고 영문밖에 계신 주께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 저희를 구원하시려고 지신 주님의 십자가를 외면하고 희생할 줄 모른채 살아온 것을 용서하시고 이제부터 저희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박화원 목사 (신항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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