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146장 (저 멀리 푸른 언덕에)
성경: 마태복음 28:16~20
요절: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 28:20)

행사와 사건 사이

거리를 가다 보면 여러 가지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나 포스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사람들의 눈길이 잠시라도 더 머물 수 있도록 아름다운 글씨와 도안을 갖가지 색갈로 표현한 것을 보면 나와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도 한번 가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고 시간이 지나면 광고물들은 찢기거나 퇴색되어 도시의 아름다움을 해치는 흉물로 남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있었던 행사는 마음에서 잊혀진 채 광고물을 더럽게 방치한 주최측이나 광고업자에 대한 불만이 행인들의 마음 속에 생기게 됩니다.

감격스러운 신앙 축제인 부활절이 지난 지도 벌써 여러 날이 되었습니다. 부활주일을 전후로 각 지역에서 교파를 초월하여 드렸던 연합 예배도, 대부분의 교회에서 열렸던 음악회 같은 특별 행사도 다 끝이 나 교회 밖 이곳 저곳에 붙었던 여러 형태의 광고물들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그리스도의 부활이 교인이라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추억거리로 남게 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은 부활절 행사가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부활의 뜻과 그 위력이 모든 사람들의 삶 속에 남아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러니 부활하신 주께서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심'을 삶으로 보여 주고 입으로 전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부활은 그리스도에게서 시작되어 계속 우리에게 이어지는 영원한 사건이지, 한 번 열리고 마는 행사가 아닙니다. 교회 밖에 걸었던 현수막이나 포스터는 사라져도 우리 마음 속에, 삶 속에 새겨진 부활의 감격이 햇빛에 바래거나 바람에 찢기울 수는 없으니까요.

부활의 은총을 허락하신 하나님, 여름날 한 번 지나간 소나기 대하듯 부활을 지나간 사건, 이따금 기념하는 행사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살아 있는 사건으로 믿고 실천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면주 목사 (본부 홍보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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