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 338장 (천부여 의지 없어서)
성경: 에베소서 2:2~5
요절: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고(너희가은혜로 구원을 얻은 것이라)(엡 2:5)

세상은 버려도

길고 어둡고 답답한 터널 같은 세상을 살다 보면,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생활도 해야 하고 억울한 처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 11:28)" 하는 성구를 암기하면서 싱그러운 풀잎과 맑은 하늘을 쳐다보면 사뭇 가슴이 활짝 트이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나의 일터인 서울대학병원의 58세 윤청자 자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말기 암환자로, 심방 오신 병원 목사님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따뜻한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의사도 차마 가망 없다는 말은 하지 못한 채 한숨만 남기고 병실을 나가곤 했는데, 그 자매가 나날이 변화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 검사 결과, 그렇게 괴롭혓던 암세포가 다른 곳으로 전혀 전이되지 않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의료진이나 이웃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고, 원목인 나도 감사의 기도를 드릴 뿐이었습니다.

"목사님, 하나님을 모르는 희생은 아무런 기쁨도 소망도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하루에 쌀 한 가마니의 밥을 지어, 오가는 이 다 먹였지만 해질 무렵이면 고독하고 쓸쓸했습니다. 주님을 믿으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서요. 지난 밤 꿈에 예수님이 눈밭을 걸어가시는데 왜 저의 발자국은 없을까? 돌아다보니 주님의 등에 제가 업혀 있지 뭡니까. 그저 주님의 은혜에 감사할 뿐입니다. 퇴원하면 주님을 증거할 것이고, 하나님이 오라 부르시면 낙원에 가면 되지요. 제게 소망이 있다면 텃밭에 토담집 한 칸 짓고 상추, 고추 심고, 버려진 꽃바구니 모아다가 하나 가득 담아 이웃과 나누는 거랍니다."

주님은 상한 갈대도 꺽지 않으시고 꺼져 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세상은 버려도 하나님은 영접해 주십니다.

은혜의 하나님, 어떠한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케 하시고 구원의 길로 인도하시니 그 크신 사랑을 감사합니다. 소망이 지속하게 하시고 항상 기쁨이 가득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옥녀 목사 (서울대학병원교회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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