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3일

찬송: 89장 (샤론의 꽃 예수)
성경: 고린도후서 2:14~16
요절: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후 2:14하)

그리운 생명의 향기

오월의 고향길에서 진동하는 진한 밤꽃 향기를 맡으며, 이 향기가 나의 어린 시절을 향기롭게 해 주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향기에 취하여 한참이나 멍하니 서서 설레는 가슴을 달래며 옛날을 회상하니, 도시 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확 풀리며 머리가 푸른 하늘처럼 맑게 열리는 것을 느낍니다.

요즘 향기 치료법이 개발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현대인의 허약한 정신을 옛 고향의 내음으로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 여러 가지 향기를 관심 있게 음미하곤 합니다.

언젠가 내 방에 심비디움(Cymbidium) 과의 난초 화분 하나를 가꾸었는데, 이른 봄날 새벽기도를 준비하기 위해 방문을 열었더니 활홀할 정도로 방안에 가득 향기가 퍼져 있었습니다. 불을 밝히고 살폈더니, 그것은 바로 이 난이 내품는 향기였습니다. 그 날 아침부터 가슴이 뜨겁고 머리가 맑아져 새로운 의욕이 솟으며 손발에 힘이 솟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내가 사는 아파트를 지나는데 아파트의 온 공간을 꽉 메운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나는 그 냄새의 근원을 찿아 냄새 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그것은 치자꽃 향기였습니다. 나는 매일 새벽기도 전에 그 치자나무 밑을 지납니다. 그러면 영감이 떠오르고, 영롱한 하루를 창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고침과 영감과 기쁨과 사랑을 가득 채울 수 있는, 또한 죽음을 생명으로, 유한한 생을 영원한 생으로 바꿀 수 있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야겠습니다. 우리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다시 찿아 맡고 싶어하고 그리워하는 생명의 향기로 살아야겠습니다.

생명의 향기이신 하나님, 죽음의 냄새로 온 세상이 오염되어 코를 들 수 없습니다. 저희가 생명과 사랑의 향기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치료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기종 목사 (호남제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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