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5월 16일 주일

찬송: 406장 (내 맘이 낙심되며)
성경: 전도서 9:7
요절: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너의 하는 일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전 9:7)

벌써

신학교 시절, 나는 하나님의 도구로 사용되길 원하여 철저한 경건 생활을 시도했습니다. 하루에 성경 20장 읽기, 기도 한 시간, 한 사람 전도, QT, 한 구절 암송, 찬양 30분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하나님 앞에 약속했습니다. 며칠 동안은 잘 지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 주일에 서너 번, 두세 번밖에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나의 모습에 화가 났습니다.

'내가 한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겠어! 나 같은 사람은 하나님께 아무런 기쁨도 드릴 수 없어!'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전도서를 읽었습니다. 그런데 9장 7절에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너의 하는 일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

이렇게 무능한 나를 벌써 기쁘게 받으셨다니! 그래도 나의 부족한 모습을 도저히 기뻐할 수 없어서 성경을 펼친 채로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네가 나의 종이라면서, 주인인 내가 벌써 기쁘게 받았는데 더 왈가왈부할 수 있느냐?' 하는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그제서야 이렇게 부족한  자를 벌써 기쁘게 받아 주심에 감사를 드리며 한없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훌륭한 부모는 아기가 뒤뚱거리다 넘어질 때 윽박지르지 않습니다.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조차도 대견스러워합니다.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을 비관하여 낙심하고 포기해선 안 됩니다. 이러한 모습조차 하나님은 벌써 기쁘게 받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합시다.

• 나는 '벌써 기쁘게 받으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까?

벌써 기쁘게 받아 주신 하나님, 저희가 연약해도 사랑하고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실패하고 낙심할 만한 일이 있더라도 하나님이 저희의 일을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일어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성호 전도사 (봉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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