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 월

따뜻한 품이 그립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한 3년 동안 해마다 여름만 되면 학질에 걸려 크게 고생하곤 했습니다. 그 때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루는 헛소리를 할 정도로 몹시 앓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깨어 눈을 떠 보니 바로 눈앞에 눈물이 가득 고여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어머니가 나를 꼭 안으시면서 "깼어?" 하셨습니다. 그 때 나는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엄마의 따스한 품 속에서 '그냥 이대로 죽는다 해도 난 괜찮아.'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의 품도, 가난과 무지로 인한 삶의 고통과 괴로움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었던 사춘기의 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잘사는 사람을 보면 '난 나면서부터 저런 사람은 될 수 없도록 운명지워졌어.'라는 생각에 그들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아걸었고, 못난 사람을 보면 제2의 나를 보는 것 같아 괜히 미웠으며, 뜻대로 할 수 없는 나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절망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의 강권으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못나도 괜찮다. 마음문을 닫아걸고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부끄러운 짓을 다 하고 있어도 괜찮다. 모가 나고 비뚤어지고 상처난 성격도 괜찮다. 내가 너를 품으리라. 내가 너를 안으리라. 너의 가시가 나의 심장을 찌르고 나를 고통스럽게 하여도 내가 너를 품어 주리라. 오너라, 오기만 하여라. 여기 이 십자가가 그 증거다."라는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나는그 때 또 한 번 주님의 사랑의 품 속에서 "주님, 전 이대로 죽어도 좋습니다. 아무런 발전이나 진전이 없어도, 세상 누구도 날 인정하고 알아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라고 고백했습니다. 아! 나도 모르게 나의 영혼은 치유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주님은 허점투성이, 상처투성이인 내 모습 그대로를 받아 주신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백발이 되며 노년이 되기까지 품어 주겠다고 하신 하나님, 오늘은 정말 따스한 품이 그립습니다. 저 자신이 바로 남편에게 아내에게 자녀에게 이웃에게 따스한 품이 되게 하시고, 참피난처이신 주님을 증거하며 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진흥 목사 (충무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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