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은 죄

이 시대 인심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단어가 있다면, '이기적' 이라는 말과 '무관심'이라는 말일 것입니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쫓기듯이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여유가 없어지고 사랑의 마음도 점점 더 옅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상 인심이 아무리 나빠진다 해도 우리는 예수께서 주신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을 두고두고 음미하며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가 남을 먼저 생각하고 대접하느냐, 아니면 자기만을 생각하느냐에 따른 것이며, 그러한 삶의 방식에 따라 우리의 현실이 더 좋아질 수도 더 지옥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돈 많은 부자가 날마다 좋은 옷과 좋은 음식으로 즐기면서도 자기 집 문 앞에 있는 거지에게는 전혀 관심 없이 살다가 죽었습니다. 음부에 가서 고통 중에 있다가, 먼저 죽은 그 거지가 낙원에 있는 것을 보고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혀를 서늘하게 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이 부자는 특별한 죄를 지었다는 말도 없는데 왜 음부에 갔을까요?

바클레이(W. Barclay)는 그의 주석에서, 부자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이 세상의 고통과 궁핍을 방관한 죄를 지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주께서 재림하시면 모든 민족을 앞에 모아 놓고 양과 염소같이 좌우로 분별하여, 염소로 분류된 자들에게는 영벌을 명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그들이 주님을 위해서는 열심으로 헌신하고 충성한다고 했으나, 이웃에 있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느 편에 서라는 명령을 받게 될까요?

• 나는 스스로 의롭다 생각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죄를 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 IMF 상황하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저희에게는 주님의 자녀로서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 일을 간과하거나 망각하지 않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대원 목사 (교문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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